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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레드 와인과 생선, 의외의 매력!

등록 :2021-08-27 05:00수정 :2021-09-28 17:25

임승수의 레드
섬세한 부드러움 가진 피노 누아르, 참치회 느끼한 맛 잡아줘
참치회와 잘 어울렸던 루이 자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 임승수 제공
참치회와 잘 어울렸던 루이 자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 임승수 제공

네이버 와인 카페 ‘와쌉(와인 싸게 사는 사람들)’은 회원이 무려 12만명이다. 매장마다 들쭉날쭉 천차만별인 와인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는 곳이다. 천원만 비싸게 사도 종일 기분이 꿀꿀한 나 같은 소시민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곳인데, 2015년 10월에 가입해 지금까지 와인 생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 카페에는 십갑자 내공을 넘나드는 초절정 와인 고수가 많은데, 이들이 종종 피노 누아르 레드 와인에 참치회를 곁들이는 것 아닌가. 어라? 저런 조합이 가능하네? 그동안 레드 와인 안주로 스테이크만 씹어 드시다가 입에 노린내가 밸 지경이었는데, 호기심과 기대감이 발동했다.

우선 유튜브 ‘와인킹’ 채널에서 가성비 와인으로 극찬받은 ‘루이 자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를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2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구매했다. 기본급 피노 누아르는 다른 레드 와인보다 살짝 시원한 쪽이 풍미가 좋으니, 마시기 전에 미리 신경 써서 냉장고에 넣어놨다. 참치회는 일부러 참다랑어 비율이 60% 되는 고급스러운 메뉴로 배달시켰다. 코로나19로 바짝 쪼그라든 호주머니 사정에 다소 무리이지만, 혀라도 호강하지 않으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았다.

두툼하게 썬 참치회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참치를 바다의 소고기라고 하던데, 듣는 참치 섭하겠네. 같은 두께의 소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겠는가. 이가 다 빠져 잇몸만 있더라도 참치회라면 괜찮겠다 싶다. 이루 말로 못 할 비현실적 부드러움이 서서히 가실 때쯤, 루이 자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를 한 모금 털어 넣는다. 허허. 얘는 또 뭐래? 두 음식이 올림픽 부드러움 종목에서 경쟁 중이구나. 역시 레드 와인 중에서도 섬세함, 우아함, 부드러움으로 으뜸가는 피노 누아르답다. 육식 대표(어류 대표인가?)와 초식 대표의 기량이 박빙이다. 만약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같은 여타 레드 와인 품종이었다면 상대적으로 타닌 성분이 강해 참치회와 이만큼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참치회의 특성 대부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딱 하나 아쉽다면 한점 두점 입에 들어갈수록 느끼한 맛이 누적된다는 점이다. 느끼한 맛에 대한 역치가 낮은 나는 이게 특히 부담스러운데, 다행스럽게도 피노 누아르의 적당한 산도가 참치회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피누 누아르 특유의 흙내음, 버섯 향에 조심스럽게 더해진,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산미가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2만원대 피노 누아르가 이 정도 기량이라면 ‘엄지 척’ 열번 연속이다. 만약 참치를 밭에 심고 수확해 즙을 짜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피노 누아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케미다.

아참!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한 와인이 비린내 나는 음식과 만나면, 그 비린내를 충격적인 수준으로 증폭시킨다(직접 경험했다). 그렇다 보니 비린내 가능성이 있는 음식에는 오크통 숙성 와인을 피하게 된다. 다행히 이번 배달 참치회는 비린내 없이 깔끔했고, 루이 자도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도 오크통 숙성이 미미한 수준이라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와인과 날생선을 붙일 때 유념할 사항인 것은 분명하다. 임승수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저자 relti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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