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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우주 롤러코스터’의 탄생…베이조스 “최고의 날”

등록 :2021-07-21 04:59수정 :2021-07-22 20:36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설립 21년만에 숙원 풀어
고도 100km 상공까지 올라 3분간 무중력 체험
제프 베이조스가 첫 준궤도 우주비행을 마친 뒤 캡슐을 맨 먼저 빠져나오며 환영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제프 베이조스가 첫 준궤도 우주비행을 마친 뒤 캡슐을 맨 먼저 빠져나오며 환영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10분짜리 우주 롤러코스터의 탄생.

자산 2천억달러(약 230조원)의 세계 최고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57)가 어릴 적 품었던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는 장면은 우주로 치솟았다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가 20일 자신의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이라는 짧은 여정의 고도 100km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수직 상승한 뒤 관성을 이용해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방식이 롤러코스터에 비유할 만하다.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2000년 사비를 들여 시애틀 외곽에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지 21년만이다. 이날은 그에게 우주의 꿈을 심어줬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2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륙하는 뉴셰퍼드 로켓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이륙하는 뉴셰퍼드 로켓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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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보다 훨씬 높았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의 16번째 시험비행이자 첫 유인비행인 이날 비행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출발에 앞서 “사람들이 긴장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지만 정말로 긴장되지 않는다”며 “흥분되고 궁금하고 진짜 기분 좋다”고 말했던 베이조스는 캡슐이 먼지를 뒤짚어 쓴 채 땅에 땅에 내려앉자 “최고의 날”이라고 외쳤다. 이어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보다 훨씬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베이조스보다 9일 앞서 준궤도 비행을 한 버진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멋지게 해냈다”며 “감동적이었고, 승무원 모두 최고였다”고 축하를 보냈다.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이날 오전 8시12분(현지시각, 한국시각 밤 10시12분) 미국 서부 텍사스 사막지대 블루오리진 전용 발사장에서 시작됐다.

돔 모양 유인 캡슐을 실은 높이 18미터 뉴셰퍼드 로켓은 수직으로 날아 올라 2분30초 후 고도 70km 상공에서 캡슐을 분리했다. 상승시 최고 속도는 음속의 3배에 이르렀다. 분리된 캡슐은 계속 고도를 높여 이륙 4분 후 최고 고도 107㎞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자유낙하하며 고도를 낮췄다. 캡슐은 이어 고도 2km 상공에서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치고 인근 사막지역에 안착했다.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0분10초, 승객들에게 주어진 무중력 체험 시간은 약 3분이었다. 이들이 무중력 체험 중엔 캡슐 내에서 환호하는 소리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뉴셰퍼드는 이륙 4분여 뒤 최고 고도에 이르렀다. 숫자판이 고도 35만1210피트(107km)를 가리키고 있다.
뉴셰퍼드는 이륙 4분여 뒤 최고 고도에 이르렀다. 숫자판이 고도 35만1210피트(107km)를 가리키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비행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주경계선 ‘카르만라인’ 위를 날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최고 고도가 86km로 카르만라인에 못 미쳤던 지난 11일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우주비행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비행 시간은 1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버진갤럭틱보다는 훨씬 짧지만, 무중력 체험 시간은 비슷하다. 뉴셰퍼드 로켓은 캡슐에 앞서 이륙 7분 후 발사장에서 3.2km 떨어진 착륙장으로 돌아왔다.

조종사 2명이 있는 버진갤럭틱과 달리 블루오리진의 여행은 조종사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 승객이 하는 일은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의 결합장치를 묶었다 푸는 것뿐이다.

블루오리진의 첫 유인 비행팀. 왼쪽부터 베이조스의 동생 마크, 제프 베이조스, 올리버 대먼, 월리 펑크. 블루오리진 제공
블루오리진의 첫 유인 비행팀. 왼쪽부터 베이조스의 동생 마크, 제프 베이조스, 올리버 대먼, 월리 펑크. 블루오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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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가능 로켓…이번이 세번째 비행

부피 15㎥의 둥그런 캡슐의 외벽을 따라 배치된 좌석에는 사각형의 커다란 조망 창(가로 0.7미터, 세로 1.1미터) 6개가 있다. 전체 창 면적이 돔 표면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커서, 버진갤럭틱의 우주선에 비해 시야가 탁 트인 것이 장점이다. 창 가장자리엔 실시간 비행 상황을 알려주는 스크린이 있다.

캡슐 중앙에는 비상탈출 장치가 있다. 지금까지 발사대, 비행중, 무중력 상태에서 치른 세차례의 비상탈출 훈련에서 시스템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뉴셰퍼드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과 마찬가지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다. 이미 4차례까지 재사용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블루오리진은 2015년 스페이스엑스보다 한달 먼저 처음으로 발사체를 회수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날 비행한 로켓은 뉴셰퍼드의 4번째 제품으로,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비행이다.

첫 유인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뉴셰퍼드 로켓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첫 유인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뉴셰퍼드 로켓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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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연소·최고령 우주비행 기록

뉴셰퍼드의 탑승 정원은 6명이지만 이날 비행에는 4명이 참가했다. 베이조스와 그의 동생 마크(51), 네덜란드의 예비대학생 올리버 대먼(18), 1960년대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최종 선발되지 못한 월리 펑크(82)가 동행했다. 대먼은 준궤도 우주관광의 첫 유료 고객이기도 하다. 탑승 요금은 알려지지 않았다.

18세의 대먼과 82세의 펑크는 각각 최연소,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웠다. 대먼은 1961년 26세의 나이로 지구 궤도를 17번 완주한 소련의 우주비행사 게르만 티토프보다 8살 적고, 펑크는 1998년 77세의 나이로 비행한 미국 우주비행사 존 글렌(John Glenn)보다 5살 많다. 펑크는 탑승 전 인터뷰에서 “정말로 오랫동안 기려왔던 일이 일어나려 한다”며 “무중력 체험 때 공중제비돌기를 해보이겠다”고 말했다.

뉴셰퍼드 유인 캡슐의 내부. 가운데 있는 것이 비상탈출 시스템이다.
뉴셰퍼드 유인 캡슐의 내부. 가운데 있는 것이 비상탈출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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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번 더 비행 예정

블루오리진의 이날 비행은 준궤도 우주관광 경쟁 관계에 있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갤럭틱보다 9일 늦은 것이다. 브랜슨 회장 일행 4명은 지난 11일 뉴멕시코주 우주공항에서 고도 86km의 사상 첫 준궤도 비행을 마쳤다. 베이조스는 브랜슨에게 1호 기록을 넘겨주는 대신 최연소·최고령 기록을 가져온 셈이 됐다. 이들은 비행에 앞서 지난 18일 14시간짜리 탑승 훈련을 통해 훈련 프로그램에는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법, 객실 내에서의 무중력 체험 요령 등을 배웠다.

블루오리진은 첫 유료 고객이 탑승한 점을 들어, 이번 비행은 뉴셰퍼드의 상업적 운영이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관광사업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오는 9월을 포함해 올해 두번 더 비행할 것이며 내년에는 그 횟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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