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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40년 동안 유골을 찾고 있는 이유

등록 :2021-09-09 18:56수정 :2021-09-10 02:34

오키나와현 구니가미군 기노자촌 소케이에서 구시켄 다카마쓰 대표가 오키나와전 희생자로 추정되는 이의 두개골 일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노자/조기원 기자
오키나와현 구니가미군 기노자촌 소케이에서 구시켄 다카마쓰 대표가 오키나와전 희생자로 추정되는 이의 두개골 일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노자/조기원 기자

김소연|도쿄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3일 느닷없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일본 열도가 떠들썩했다. 도쿄 곳곳에 신문의 호외가 뿌려졌다. 뉴스를 살피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일본 활동가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오는 14일 일본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일제의 침략전쟁 당시 전사자 유골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내용이었다. 후생노동성, 외무성, 방위성 등 일본 정부와 대화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유골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중요 현안이다. 일제강점기 때 이뤄진 강제동원으로 희생된 수많은 조선인의 유골이 해방된 지 76년이 지났지만 일본, 동남아시아, 태평양 제도 등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 문제를 마주할 때면 긴 한숨부터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뼈 한 조각 찾지 못한 유족들의 절박함은 커지는데, 작업은 더디고 한·일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다.

사회적 관심도 높지 않아 한·일 시민사회와 유족들이 외롭게 싸우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전사자 유골을 수습해온 자원봉사단체 ‘가마후야’의 구시켄 다카마쓰(67) 대표도 그중 한명이다. 구시켄 대표는 28살 때부터 유골을 수습해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일을 해왔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고향 오키나와의 비극과 관련이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1945년 4~6월 격렬한 전투가 있었다. 일제는 패망 직전 본토를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를 방패 삼아 미군을 상대로 무모한 싸움을 했다. 당시 20만명 이상 숨졌고, 한반도에서 끌려와 희생된 조선인 수도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려서부터 집 근처 산에 가면 유골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이 유골들이 버려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족들을 찾아주자는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것이다.

유골 발굴과 반환도 난관이 많은데, 올해 새로운 문제까지 터졌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남부에 있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중부 헤노코로 이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헤노코 연안 매립에 쓸 토사 일부를 오키나와 전투 격전지였던 ‘이토만시’, ‘야에세초’에서 채취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자칫 유골이 섞인 토사가 사용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구시켄 대표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전사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 3월에 이어, 6월, 8월 세번의 단식을 했다.

그의 싸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키나와에서 멀리 떨어진 오사카 이바라키 시의회에서 지난 6월 헤노코 매립 공사에 이토만시 등의 토사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다른 지역의 시의회에서 나온 결의라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의회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이 지역 출신 20대 대학생인 니시오 게이코였다. 구시켄 대표의 투쟁 소식을 듣고, 작은 힘을 보태겠다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것은 헤노코 매립에 대한 찬반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설득했고, 자민당 의원들의 동의도 얻어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3만3천여명이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한국의 이희자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대표도 “유골이 묻혀 있는 토사를 군사기지에 이용하려는 반인도적인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며 구시켄 대표에게 힘내라는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억울하게 죽은 분들의 유골이 누구인지 밝혀 가족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들의 한을 풀 수 없다.” 구시켄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다. 14일 예정된 일본 정부 교섭에선 헤노코 토사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인을 포함해 유골 반환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진다.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때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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