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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개그, 돌아와 반갑지만…패인 넘어설 ‘뉴페이스’가 필요해

등록 :2022-01-22 07:59수정 :2022-01-22 10:26

황진미의 TV 새로고침
한국방송 제공
한국방송 제공

지난 11월 <개승자>(한국방송2)가 시작되었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지 1년 6개월 만에 만들어진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와 차이점은 ‘메이킹’ 과정을 볼 수 있고, 방청객 투표로 매회 탈락 팀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어떤 과정으로 재미있는 꼭지와 재미없는 꼭지가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출연자들도 자신의 코미디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때 잘나갔던 <개그콘서트>가 왜 사멸하게 되었는지, 시청자와 출연자들이 모두 답을 알게 되었다.

<개그콘서트>의 패인은 세 가지이다. 형식 면에서 유튜브 등의 속도와 상호작용을 따라갈 수 없고, 내용 면에서 풍자와 혐오를 구분하지 못한 채 외모 비하나 소수자 비하를 일삼았으며, 구조면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지 못한 탓이다. 세대교체 실패가 가장 뼈아픈데, 심지어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과거 인기 꼭지들을 부활시키기까지 했다. 선배 개그맨들이 과거 잘나갔던 코미디를 반복하여 신인들이 성장하지 못한 것이 패인인데, 선배 개그맨들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여, 신인들은 무대에 설 기회를 잃고, 급기야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아예 직업을 잃게 된 것이다. <개그콘서트> 폐지가 가장 아쉬운 대목도 신인 개그맨의 인큐베이터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개승자>가 어찌해야 성공할지도 알 법하다. 유튜브 등 인터넷 유머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흡수·접목하면서 무대 코미디만의 강점인 퍼포먼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약자에 대해 혐오를 하지 않는 윤리적 감수성을 갖추고, 신인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개승자>가 준비될 당시 마침 <코미디 빅리그>(티브이엔)의 1위 꼭지가 ‘랜선 오디션’이었고, 온라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영상이 쿠팡 <에스엔엘(SNL) 코리아>의 주현영 인턴기자였으니, 참고지점도 분명했다. 그러나 <개승자>의 제작진은 이런 점을 참고하지 못한 모양이다.

<개승자>는 12명의 선배 개그맨 팀장이 팀원을 모아 경연을 펼치는 구조다. 팀장들이 자기 아이디어를 고수하다 보니, <개그콘서트>의 실패가 반복된다. 김준호의 좀비 꼭지가 대표적이다. 신인팀은 오직 한 팀뿐이다. 정말로 무대가 갈급한 이들은 신인인데, 13팀 중 절반 정도는 넣었어야 하지 않을까. 선배들은 <개승자>가 아니어도 출연할 수 있는 다른 예능프로그램이 많으니 말이다.

3라운드가 지난 지금, 결과는 ‘역시나’ 이다. 1라운드에서 유민상 팀이 탈락했다. 비만을 소재로 한 토크 위주의 ‘뚱개그’ 였다. 새롭지 않은데다, 자기 비하 개그는 건강한 웃음도 아니다. 또 토크뿐인 개그는 공개 코미디의 무대와 잘 맞지 않는다. 2라운드에서는 김대희 팀이 탈락했다. 김대희 팀은 1라운드에서도 앞에 공연한 다른 팀을 ’디스‘ 하는 설정으로 거저먹으려는 듯한 무리수를 두었다. 2라운드에서도 극의 설정과 따로 도는 무리한 말장난 개그로 결국 탈락했다. 김준호 팀은 3라운드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애드리브에 의존한 무성의한 개그로 방청객의 빈축을 샀다. 박준형 팀 역시 콩트를 완성하지 못하고 짧게 끊어 치는 외모 비하와 개인기 위주의 개그를 보여주다가 3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유민상, 김대희, 김준호, 박준형은 <개그콘서트>를 이끌어온 대표 개그맨들인데, 이들의 졸전은 충격을 안겼다.

반면 코로나 시대에 줌 회의 상황을 짜임새 있는 콩트로 보여준 신인팀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패러디한 이승윤 팀의 경우, 온라인 환경과 온라인 유머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승윤 팀의 기획은 팀원 홍나영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다 들어있다. 신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인터넷 콘텐츠의 흡수, 생활밀착형 공감, 다채롭고 짜임새 있는 구성, 몸을 사리지 않는 퍼포먼스 등.

<개승자>는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에 비해, 살벌함과 스케일이 부족하다. 카메라의 시선이 여전히 온정적이어서, 아이디어 회의나 무대 뒤의 기 싸움 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지 않고, 시청자 투표도 채택하지 않는다. ‘메이킹’ 장면과 투표방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통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코미디가 어떤 비민주성과 매너리즘을 통해 나오게 되는지 더 까발려지고, 신인들은 시청자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자라날 것이다.

부디 이를 통해 획기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나길 바란다. 1980년대 초 각 방송사의 <개그콘테스트>를 거쳐서 김형곤, 이성미, 최양락, 심형래 등 ‘개그맨’들이 선발되었다. 이들은 구봉서, 배연정, 배일집 등 과거의 ‘코미디언’과 단절된 세대교체를 이루었다. 이후 공채 시스템과 <대학개그제>를 통해 인력풀을 두텁게 구성하였으며, 이들의 주도로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이 만들어졌다. 공개 코미디 ‘쓰리랑 부부’를 히트시킨 김미화의 주도로 실험적인 개그와 신인들의 등용문인 <개그콘서트>가 출범한지 어언 23년이 흘렀다. 바야흐로 새로운 프로그램에 의해 지금까지 <개그콘서트>를 주도했던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인력 풀이 만들어질 때가 온 것이다.

<미쓰 트롯>과 <미스터 트롯>에 의해 주현미, 송대관이 아닌 송가인, 임영웅이 떠오르게 된 것을 생각해보라. 또는 <스트리트우먼파이터>에 의해 주목받지 못했던 댄서들이 연예계의 핵으로 부상한 것을 상기해보라. 새로운 프로그램은 새로운 인재와 새로운 시대를 가져올 수 있다. 정치 사회계의 586세대가 그러하듯이, 연예계에서는 70년대 출생하여 90년대 데뷔한 X세대들이 제작과 출연 모두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주도권을 꽉 잡고, 2~30년 동안 물갈이가 되지 않은 채 과거의 영광을 우려먹고 있는 작금의 현상은 혁명적인 쇄신을 필요로 한다. 신인을 키워 전폭적인 물갈이를 할 제작진의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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