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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 예뻐요”…숨통 트인 생태학습, 아이들 신났다

등록 :2021-04-20 10:00수정 :2021-04-20 10:06

[애니멀피플] 이강운의 홀로세 곤충기
코로나로 연구와 교육 한 기둥이 기우뚱, 모처럼 찾은 교육생에 동물도 바빠져
물장군과 금개구리 등 사육 수조의 동물을 관찰하고 촬영하는 아이들의 눈초리가 진지하다.
물장군과 금개구리 등 사육 수조의 동물을 관찰하고 촬영하는 아이들의 눈초리가 진지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한겨울이다. 목도리에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지만 해만 뜨면 초여름이라 장단 맞추기가 힘들다. 봄은 농익어 여름에 가깝다. 오늘은 봄의 마지막 절기,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리는 곡우이다.

한창 꽃 만발한 돌배나무 밑에 앉아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꽃과 향으로 많은 곤충을 불러들이는 밀원식물이었으므로 23년 전 5년산 돌배나무 30주를 심었는데 큰 숲을 이루었다. 큰 그늘로 시원함을 선사하는 돌배나무와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애초 마을을 지키던 돌배나무가 베어진 뒤 새로 심은 돌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랐다.
애초 마을을 지키던 돌배나무가 베어진 뒤 새로 심은 돌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랐다.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동네 분들이 추석 성묘 와서는 ‘돌배나무 집’이 다시 제 주인을 찾았다며 반가워 했다. 사연인즉 연구소 가운데에 동네 수호신이었던 몇백 년 된 돌배나무를 전신주를 세운다고 벤 이후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죽고 나머지는 이사하면서 동네 자체가 없어졌다 한다. 오랫동안 텅 비었던 마을에 24년 전 연구소가 들어와 심은 돌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 즐비하니 원래대로 돌배나무 집이 되었다고, 잘 어울린다는 덕담을 해 주신다. 자연과 합일하니 연구소 자리는 잘 잡은 것 같다.

밀원식물인 돌배나무 꽃이 벌을 모은다.
밀원식물인 돌배나무 꽃이 벌을 모은다.

재작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 지 벌써 17개월째이다. 단 한 명의 교육생도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만 애써 키우고 연구하는 멸종위기종도 왠지 우울해 보였다. 연구소를 방문하는 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이 보내는 ‘귀하다’ ‘멋지다’는 찬사를 오랫동안 받지 못해서일까. 보전하고 증식 중인 멸종위기종을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 필자도 우울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하는 강원도 산골의 화려한 꽃 대궐을 보면서도 심드렁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봄날이었지만 오늘 하루는 신이 났다. 강원도 횡성의 공근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학생 16명이 담임 선생님과 함께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멸종위기종과 생태를 공부했다. 코로나19로 모든 학생이 마스크를 쓰고 교육받느라 답답했겠지만 그나마 자연에 와서 숨통이 트였는지 신이 났다. 침울해 보였던 멸종위기 생물들도 갑자기 바빠졌다.

횡성 공근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기념 촬영 모습.
횡성 공근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기념 촬영 모습.

며칠 전 월동을 마친 물장군이 아이들을 만나자 보란 듯 물고기를 잡아먹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쌀쌀한 날씨에 느릿느릿 움직이던 붉은점모시나비가 껍질을 벗고 입을 오물거리며 열심히 기린초를 먹어대니 아이들이 ‘와’ 탄성을 지른다. 팔짝팔짝 뛰던 금개구리는 눈을 껌벅이며 다소곳이 앉아 촬영의 모델이 되어 주니 아이들이 신나게 사진을 찍는다.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금개구리 정말 예쁘다” “물장군의 시커멓고 삼각형 눈은 정말 무서운 게 사마귀 비슷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힘이 센데 물장군은 왜 멸종위기종이에요?” “붉은점모시나비 1마리가 진짜 5000만원이에요?” 오랜 세월 듣지 못했던 수많은 질문과 소란스러움이 정겹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장군.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의 애벌레.
붉은점모시나비의 애벌레.

코로나19가 오랜 기간 지속하면서 연구와 교육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연구소의 한 축이 없어져 기우뚱거렸는데 모처럼 균형을 맞추었다. 질식할 것 같은 갑갑한 일상을 탈출한 신선한 하루였다.

곤충박물관 견학.
곤충박물관 견학.

애벌레 소재은행 견학.
애벌레 소재은행 견학.

코로나는 이렇게 조금씩 괜찮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있지만 끝없는 탐욕의 개발업체와 관련 부처의 느슨한 보전의식 때문에 마음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쳤다. 자연스럽게 회복된 돌배나무 집 이름 덕으로 터와 궁합이 잘 맞은 줄 알았는데 자리 때문에 고생이 많다. 케이티엑스(KTX) 노선이 지나간다고 한동안 시끄러웠고,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지루한 싸움을 한 지 몇 년 됐다. 최근에는 환경친화적이라며 연구소 주변 산 정상부의 나무를 자르고 길을 내어 태양광 발전소를 한다니 무력감으로 힘이 든다.

멸종위기종 집단화 시설로 환경부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한 지 17년째다. 멸종위기종과의 공존을 희망하며 조성한 연구소에는 멸종위기종과 이를 지속시켜 줄 높은 생물 다양성으로 이미 수많은 생물의 안식처가 된 지 오래다. 환경부와 뜻을 같이해 오랜 기간 조성한 이곳만은 지켜질 줄 알았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엉터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면죄부로 조금씩 부수겠다고 하나, 작은 규모로 계속 망가뜨리면서 핵심을 파괴하니 결국은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지 알면서 그냥 넘어가는지 속이 탄다.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행위가 인류에 대한 전쟁 선포와 다르지 않다. 신종 병원체는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야금야금 자연을 침범하면서 잠재되어 있던 동물 병원체가 사람으로 옮겨온 것으로 대부분 야생동물에서 유래한다. 자연을 완전히 갈아엎고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을 없애기 전에는 이들을 막을 방도는 없다. 자연과의 거리 두기 말고 지금 우리가 급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비참한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자연과 야생동식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미래 전염병을 예방하고 생태 백신을 맞는 일이다. 코로나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레드카드를 받고도 집단 면역 후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잔뜩 벼르고 있으니 자연이나 생명에 대한 성숙한 생각은 먼 나라 이야기다. 우리 아이들 미래가 암울하다.

빚과 다 부서진 자연 그리고 가늠할 수 없는 병원체만 남겨줄 것 같아서.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소장

홀로세 곤충방송국 힙(HIB) 동영상 이렇게 힘이 센데 물장군이 왜 멸종위기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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